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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저녁에 뭐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10. 1. 10:30
문이 열리자마자 그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4시에 예약한 사람이요." 그가 방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의자를 조금 돌려 앉았다. 창을 등지지 않는 쪽이었다. "저거 유리 바로 옆이라 저녁에 식어요." 창틀 화분을 한 뼘쯤 안으로 들여놓고 다시 앉았다. 전에 마른 잎을 떼어낸 자리 옆으로 촉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쉰일곱이고요. 예식장에 있어요. 진행 쪽이요. 19년 됐어요." "진행이요." "식 시작부터 끝까지 돌리는 거예요. 토요일엔 열한 건 해요. 20분 간격이고요." 그가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탁자에 놨다. 분 단위로 칸이 나뉘어 있었다. "양가 어머님들 붙으셔도 제가 5분이면 정리해요. 그건 자신 있어요." 말하는 동안 몸이 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내가 입을 떼면 끝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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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쓸 게 없어요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10. 1. 09:29
계단에서 두 사람 소리가 났다."윤 선생님, 셔츠 두 장이요. 밑에서 이 학생이 여기 맞냐고 물어서 같이 올라왔어요."세탁소 사장이 옷걸이를 문 옆에 걸고 내려갔다. 비가 와서 비닐 위에 물이 맺혀 있었다.그가 들어와서 앉았다. 앉고 나서도 카메라 가방 끈을 어깨에서 내리지 않았다."따뜻한 건 없습니까.""없습니다. 물만 있어요."그가 한 잔을 다 마시고 잔을 내려놨다."스물여섯이고요. 촬영 스튜디오에 삼 년째 있어요. 제품 쪽이요. 화장품하고 그릇 많이 찍는데, 뭐 제가 찍는다기보다는 세팅하고 정리하는 거죠.""삼 년 내내요.""작년부터는 찍어요. 근데 그것도 실장님이 뒤에서 다 보고 다시 찍으니까, 제가 찍었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요." "오늘은 뭘 물으러 오셨습니까.""월요일 촬영이요. 이번 주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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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뭘 더 늘려요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30. 12:17
문 여는 소리가 났을 때 시계는 3 시 56 분이었다."네 시 맞죠.""맞습니다. 4 분 남았어요.""그럼 시작해도 되겠네요."그가 앉으면서 탁자에 종이를 한 장 놓았다. 놓고 나서 네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밀어 탁자 선에 맞췄다.아침에 창틀 화분의 마른 잎 두 장을 떼어냈다. 떼고 나니 줄기 아래쪽이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번역 십이 년 했어요. 산업 쪽이요. 설명서하고 규격서요. 마흔하나고요.""프리랜서시고요.""네. 거래처는 세 군데인데 한 군데가 7 할이에요. 십이 년 내내 그 한 군데였고요.""이 종이가 그겁니까.""새 단가표요. 지난주에 왔어요."종이를 반 뼘 밀어 줬다. 표에 번역이라는 줄이 없었다. 항목이 검수 일, 검수 이로 나뉘어 있었고 단가는 장당 5200 원이었다."원래 얼마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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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작게 내면 안 틀려요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7. 14:06
전화를 끊고 나니 그가 문 안쪽에 서 있었다."노크했는데요.""못 들었습니다.""아, 네."의자에 앉으면서 몸을 오른쪽으로 조금 틀었다. 탁자하고 비스듬해졌는데 고쳐 앉지 않았다. 보온병은 아침에 채워 뒀다. 그는 컵을 받아서 두 손으로 감싸기만 했다."9 년 동안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어요. 구 년 됐어요. 시민합창단인데 문화회관 3 층에서 해요. 화요일 저녁 일곱 시 반부터 두 시간이요. 9 년 동안 네 번 빠졌어요.""네 번이요.""처남 상 때 두 번이고, 두 번은 태풍이요. 그건 회관이 문을 닫아서 빠진 거라 제 사정은 아니고요."예순둘이라고 했다. 버스 회사에서 정비를 32 년 하고 3 년 전에 나왔다."12월 6일에 정기공연이 있는데요. 그거 끝나고 그만둘까 하고요.""왜요.""자리가 없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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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미안하다고 하잖아요」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6. 14:57
발소리가 계단 중간까지 올라왔다가 도로 내려갔다. 한참 있다가 다시 올라왔다. 문 앞에서 좀 서 있었다. 섬유유연제 냄새가 같이 들어왔다. "여기 맞죠." "맞습니다." 의자를 조금 당겨 앉았다. 앉고 나서는 자세를 거의 안 바꿨다. 손에 A4 한 장을 반으로 접어 들고 있었다. 창틀 쪽을 한 번 봤다. "저거 잎 끝이 말랐는데요." "압니다." "물을 주면 그렇게 되기도 해요. 밑에 고여서." 말이 느렸다. 한 마디 하고 한 박자 쉬었다. "오래 걸려요?" "뽑는 데 이십 분쯤 갑니다." 그가 휴대폰을 꺼내 뭘 눌렀다. 타이머였다. 화면을 엎지 않고 탁자 위에 그대로 뒀다. "모임이 있어요. 넷이요. 여자 넷이요.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근로 같이 하던 애들." "지금은요." "저는 계속 도서관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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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이십육일에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4. 12:08
천수송(天水訟) 구이 → 천지비(天地否) 유리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다들 그냥 연다. "예약을 안 했는데요." 작업복이었다. 앉기 전에 바지 무릎을 두 번 털었는데 먼지는 안 보였다. 다섯 시 반이었다. 창이 서향이라 그 시간에는 앉은 사람 얼굴 반이 역광이다. 보온병을 기울였더니 아무것도 안 나왔다. "물이 없네요." "됐습니다. 차에 있어요." 그러고는 가지러 가지 않았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가 갈라져 있었다. 반창고가 아니라 접착제를 발라 굳혀 놨고, 말하는 동안 그 자리를 계속 문질렀다. "보일러 합니다. 이십이 년 했어요." "네." 한참 말이 없다가 휴대폰을 꺼내 탁자에 놓고 내 쪽으로 밀었다. 이체 목록이었다. 같은 날짜, 같은 금액이 아래로 이어졌다. 25일, 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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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코받침이 노래서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3. 16:53
예약은 두 사람이었다. 온 건 한 사람이다. "반쪽만 왔어요." 그러고 웃었다. "언니가 아침에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너 혼자 얘기해 보라고." 창틀에 잎이 두 장 나란히 나 있다. 한 장이 작다. 그가 안경집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쓰고 있는 안경은 따로 있었다. "이거 언니 거예요." "바꿔 쓰세요?" "도수가 거의 같아요. 쌍둥이라서. 아, 저 쌍둥이예요. 언니가 3 분 먼저 나왔고요." "오늘 들고 나온 게 어느 쪽이에요." "그걸 모르겠어요." 또 웃었다. 방과후 교실을 열두 해 하고 있다고 했다. 언니는 다른 일을 한다. 같은 동네에 산다. 걸어서 7 분. "수영을 같이 다녔어요. 아홉 해요. 월수금 저녁 일곱 시." "다녔어요, 라고 하셨네요." "석 달 전에 언니가 머리를 잘랐어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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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거기 놓으려고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2. 10:02
산택손(山澤損) 육삼 → 산천대축(山天大畜) 예약은 다른 사람이 했다. 들어와서 문 앞에 선 채로 그것부터 말했다. "저 오려던 거 아니었거든요. 형이 잡아 놨더라고요. 제 이름이랑 번호까지 적어서요. 아니 제 번호를 왜 적어요, 자기가 올 것도 아니면서." "앉으셔도 됩니다." 반으로 접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앉고 나서도 무릎 위에 세워 놨다. "이건 가는 길에 목재상 들르려고요. 아, 이거 망한 거예요. 견적이 안 맞아서 엎어졌는데 왜 아직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물을 따라서 앞에 놨다. 그가 컵을 당겼다가, 종이하고 가까워지니까 도로 저쪽으로 밀었다. "스물아홉이고요. 가구 해요. 짜는 거요, 원목." 엄지손톱이 까맸다. 말하는 동안 다른 손으로 계속 문질렀다. "이건 그냥 찧은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