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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작게 내면 안 틀려요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7. 14:06
전화를 끊고 나니 그가 문 안쪽에 서 있었다."노크했는데요.""못 들었습니다.""아, 네."의자에 앉으면서 몸을 오른쪽으로 조금 틀었다. 탁자하고 비스듬해졌는데 고쳐 앉지 않았다. 보온병은 아침에 채워 뒀다. 그는 컵을 받아서 두 손으로 감싸기만 했다."9 년 동안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어요. 구 년 됐어요. 시민합창단인데 문화회관 3 층에서 해요. 화요일 저녁 일곱 시 반부터 두 시간이요. 9 년 동안 네 번 빠졌어요.""네 번이요.""처남 상 때 두 번이고, 두 번은 태풍이요. 그건 회관이 문을 닫아서 빠진 거라 제 사정은 아니고요."예순둘이라고 했다. 버스 회사에서 정비를 32 년 하고 3 년 전에 나왔다."12월 6일에 정기공연이 있는데요. 그거 끝나고 그만둘까 하고요.""왜요.""자리가 없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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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미안하다고 하잖아요」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6. 14:57
발소리가 계단 중간까지 올라왔다가 도로 내려갔다. 한참 있다가 다시 올라왔다. 문 앞에서 좀 서 있었다. 섬유유연제 냄새가 같이 들어왔다. "여기 맞죠." "맞습니다." 의자를 조금 당겨 앉았다. 앉고 나서는 자세를 거의 안 바꿨다. 손에 A4 한 장을 반으로 접어 들고 있었다. 창틀 쪽을 한 번 봤다. "저거 잎 끝이 말랐는데요." "압니다." "물을 주면 그렇게 되기도 해요. 밑에 고여서." 말이 느렸다. 한 마디 하고 한 박자 쉬었다. "오래 걸려요?" "뽑는 데 이십 분쯤 갑니다." 그가 휴대폰을 꺼내 뭘 눌렀다. 타이머였다. 화면을 엎지 않고 탁자 위에 그대로 뒀다. "모임이 있어요. 넷이요. 여자 넷이요.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근로 같이 하던 애들." "지금은요." "저는 계속 도서관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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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이십육일에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4. 12:08
천수송(天水訟) 구이 → 천지비(天地否) 유리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다들 그냥 연다. "예약을 안 했는데요." 작업복이었다. 앉기 전에 바지 무릎을 두 번 털었는데 먼지는 안 보였다. 다섯 시 반이었다. 창이 서향이라 그 시간에는 앉은 사람 얼굴 반이 역광이다. 보온병을 기울였더니 아무것도 안 나왔다. "물이 없네요." "됐습니다. 차에 있어요." 그러고는 가지러 가지 않았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가 갈라져 있었다. 반창고가 아니라 접착제를 발라 굳혀 놨고, 말하는 동안 그 자리를 계속 문질렀다. "보일러 합니다. 이십이 년 했어요." "네." 한참 말이 없다가 휴대폰을 꺼내 탁자에 놓고 내 쪽으로 밀었다. 이체 목록이었다. 같은 날짜, 같은 금액이 아래로 이어졌다. 25일, 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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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코받침이 노래서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3. 16:53
예약은 두 사람이었다. 온 건 한 사람이다. "반쪽만 왔어요." 그러고 웃었다. "언니가 아침에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너 혼자 얘기해 보라고." 창틀에 잎이 두 장 나란히 나 있다. 한 장이 작다. 그가 안경집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쓰고 있는 안경은 따로 있었다. "이거 언니 거예요." "바꿔 쓰세요?" "도수가 거의 같아요. 쌍둥이라서. 아, 저 쌍둥이예요. 언니가 3 분 먼저 나왔고요." "오늘 들고 나온 게 어느 쪽이에요." "그걸 모르겠어요." 또 웃었다. 방과후 교실을 열두 해 하고 있다고 했다. 언니는 다른 일을 한다. 같은 동네에 산다. 걸어서 7 분. "수영을 같이 다녔어요. 아홉 해요. 월수금 저녁 일곱 시." "다녔어요, 라고 하셨네요." "석 달 전에 언니가 머리를 잘랐어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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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거기 놓으려고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2. 10:02
산택손(山澤損) 육삼 → 산천대축(山天大畜) 예약은 다른 사람이 했다. 들어와서 문 앞에 선 채로 그것부터 말했다. "저 오려던 거 아니었거든요. 형이 잡아 놨더라고요. 제 이름이랑 번호까지 적어서요. 아니 제 번호를 왜 적어요, 자기가 올 것도 아니면서." "앉으셔도 됩니다." 반으로 접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앉고 나서도 무릎 위에 세워 놨다. "이건 가는 길에 목재상 들르려고요. 아, 이거 망한 거예요. 견적이 안 맞아서 엎어졌는데 왜 아직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물을 따라서 앞에 놨다. 그가 컵을 당겼다가, 종이하고 가까워지니까 도로 저쪽으로 밀었다. "스물아홉이고요. 가구 해요. 짜는 거요, 원목." 엄지손톱이 까맸다. 말하는 동안 다른 손으로 계속 문질렀다. "이건 그냥 찧은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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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넘어지셨대요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21. 11:49
지화명이(地火明夷) 육오 → 수화기제(水火旣濟)네 시 약속이었고 네 시에 왔다."삼십 분이면 됩니까.""보통 한 시간쯤 걸립니다.""그럼 한 시간으로 하겠습니다."겉옷을 벗어 무릎에 개어 놓고 앉았다. 오른손 손등에 긁힌 자국이 두 줄 있었다. 딱지가 앉았는데 한 줄은 아직 붉었다."서른여덟이고요. 치과에서 일합니다. 위생사요. 아버지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 폈다. 거래명세표였다. 접힌 자국이 네 군데 나 있었다."철물점 하십니다. 삼십이 년 됐고요. 이거 팔월 겁니다."같은 품목이 세 줄 적혀 있었다. 경첩 한 상자씩, 날짜가 사흘 간격이었다."세 번 시키셨습니다. 돈도 세 번 나갔고요.""사월에는 셔터를 안 내리고 오셨습니다. 다음 날 그라인더가 없어졌는데 팔았다고 하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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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한 칸도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19. 11:35
수택절(水澤節) 구이 → 수뢰둔(水雷屯) 문을 열자마자 물부터 찾았다. "죄송한데 물 한 잔만요. 약 먹을 시간이라서." 보온병을 열었다. 그는 앉기도 전에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냈다. 요일이 하나씩 적힌 칸이 일곱 개 붙어 있는 통이었다. 오늘 칸을 열어 손바닥에 쏟았다. 알약이 네 개였다. 한 번 세고, 다시 한 번 셌다. "쉰여덟이요. 아파트 관리소에서 일해요." "네." "삼 년 전에 한 번 쓰러졌고요. 심장 쪽인데 요즘 그 정도는 흔하잖아요. 사흘 있다 나왔어요." "······." "당직실에서 쓰러져서 발견이 좀 늦긴 했는데, 그건 뭐 운이고요. 아무튼 그 뒤로는 관리를 좀 하는데."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표지 모서리가 닳아서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이거 삼 년 치예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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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삼 초픽션이논픽션(주역) 2026. 9. 18. 10:16
뇌수해(雷水解) 구사 → 지수사(地水師) 내가 오 분 늦었다. 아래층에서 세탁소 사장이 셔츠 깃 얘기를 시작하는 바람에 끊고 올라오기가 어려웠다. 계단 마지막 칸에 그가 앉아 있었다. "저 방금 왔어요." 신발 앞쪽이 젖어 있었다. 비는 삼십 분 전에 그쳤다. 스물여덟이라고 했다. 가방을 무릎에 올리는데 지퍼 사이로 파란 목줄이 삐져나왔다. "이거요? 사원증 줄이에요. 카드만 반납하면 되더라고요. 줄은 안 가져가요." "······." "버리기도 좀 그렇고. 그냥 가방에 있어요." 유통회사에서 재고 관리를 했다고 했다. 스물세 살에 들어가서 오 년. 석 달 전에 그만뒀다. "다들 놀랐어요. 저 잘 다녔거든요. 진짜로요. 지각도 오 년에 두 번 했나." "네." "근데 이게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 게, 무..